시사광장

이명박 전 대통령 첫 재판 모두 진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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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조사와 진술을 거부하고,
기소 후에는 재판도 거부하자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국민 앞에 맹세한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법치주의가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저는 그것을 믿고 검찰이 기소한 문제에 대해
재판부와 대한민국 국민에게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재판에 임하면서 수사기록을 검토한 변호인들은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많으니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부동의하고
증인들을 재판에 출석시켜 진의를 다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저와 함께 밤낮없이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게 말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사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법정에 불러 추궁하는 것은
혹여 본인이나 가족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국정을 함께 이끌어온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것은
저 자신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입니다.
고심 끝에 증거를 다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변호인은 재판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만류했지만,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인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재판부가 나의 이러한 결정과는 무관하게
검찰의 무리한 증거들의 신빙성을 검토해 줄 것이라고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제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다스 소유’ 건입니다.
1985년 제 형님과 처남이 회사를 만들어
현대자동차 부품국산화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친척이 관계 회사를 차린다는 비난이 염려되었지만,
정세영 회장이 부품국산화 차원에서 자격있는 사람이 하는 것인데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형님이 하는 것이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정주영 회장도 양해한 일이라고 하여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30여 년간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유나 경영을 둘러싼 그 어떤 다툼도
가족들 사이에 없었던 회사를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의문을 갖습니다.
공소 사실에 관해 변호인이 변론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것이므로
저는 말을 줄이겠습니다.

동시대를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전쟁의 아픔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났습니다.
어릴 때 일용노동자로 일하던 시절 제 소원은
한 달 일하고 월급을 받는 일자리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종업원 90여 명의 중소기업에 들어가
전 세계를 누비며 일했고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행상을 하던 시절,
어머니는 저에게 늘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이 다음에 네가 잘되면 너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
그 때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대답했지만,
수십, 수백 번 반복되면서 그 말은 제 마음 깊숙이 박혔고,
행상하시며 고생하던 어머님이 세상 떠나시던 날
저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서울 시장 시절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고
경제 사정으로 고등학교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을 위해
‘하이서울장학금’을 만든 것도
그러한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2007년 출마 선언하면서 저는
저의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장학사업을 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지금은 그렇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매일 새벽 무릎 꿇고 기도하시던 어머니와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배움이 많은 분은 아니었지만
자식들에게 ‘바른 정신’을 물려주는데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어머님 정신을 잊지 않고,
늘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마음속에 품은 일이 있습니다.
권력이 기업에 돈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로 보복하는 등의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전경련을 찾아가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
“이제 정경유착이라는 단어는 없어졌다.
선거에 여러분 부담없이 치뤘으니
정부와 기업 간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었다.
기업은 국내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데만 최선을 다해 달라.”고
선언한 것도
이런 마음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취임 후에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인들과 회의는 수없이 했어도
개별기업 사안을 가지고 단독으로 만난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청와대 출입기록만 제대로 확인해 봐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야당 서울시장으로서 청계천을 복원할 때
대기업 건설회사가 참여했고,
4대강 살리기 사업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참여했습니다.
퇴임 후 몇 차례나 감사원 감사와
오랫동안 검찰수사가 이루어졌지만,
불법적인 자금이 밝혀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내 자신,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무선에서의 가능성도 극도로 경계하였기 때문입니다.
제2롯데월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청계재단을 설립할 때도 외부 참여를 모두 거절하고
순수하게 저의 재산만으로 재단을 설립하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사면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세 번째 도전하기로 결정된 후
최우선적으로 이건희 IOC 위원 자격유지를 위한 사면을
강력히 요구받고,
정치적 위험이 있었지만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IOC 위원 사면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2010년 2월 IOC 벤쿠버 총회를 앞두고
급히 2009년 12월 단독 사면하여 IOC에 통보하고
자격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평창올림픽이 유치되고
지난 2월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후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나라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 간
끝없는 분열과 갈등이 있어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의 시대를 열어
서로를 인정하면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 앞에 언젠가는 남북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남북 간에 진정한 화해, 협력,
나아가 통일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시대적 요구이자, 소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먼저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하는 것이 전제가 될 것입니다.

바라건대,
이번 재판의 절차와 결과가
대한민국 사법의 공정성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 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공정한 판결이 내려지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게 되길
바랍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위해
재임 중 경험을 전수하거나
봉사와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습니다.

구체적 사실에 관한 것은
제가 아는 바를 변호인에게 모두 말했고,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주장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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